◇◆ 하늘의 여신 누트 ◆◇
제가 누트를 처음 만난 것은 이집트의 왕가의 계곡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람세스 4세의 무덤 안에는 밤하늘이 펼쳐진 듯한 장관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푸른 천장에는 불가사리를 닮은 별들이 수없이 흩뿌려져 있었고, 뭔가를 떠받치듯 두 팔을 높이 든 인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그것이 바로 하늘의 신, 누트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 순간, 누트라는 존재는 제 머릿속에서 우주와 별들로부터 내려온 신의 이미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낮과 밤을 수호하는 누트. 그녀는 24시간 동안 해가 지면 밤을, 해가 뜨면 낮을 지키는 신입니다.
제가 평생을 바쳐온 점성술의 별자리가 펼쳐진 하늘을 지키는 존재이자, 타로 카드에서도 상징적으로 등장합니다.
알레이스터 크로울리가 디자인한 토트 타로에서 심판(Judgement)에 해당하는 카드에 호루스와 함께 묘사된 인물이 바로 누트입니다.
그러한 연결고리는 저 자신의 분신 같은 감각을 일깨웠고, 이집트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커졌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 하늘과 땅으로 갈라진 부부 신 ◆◇
대지의 신 게브와 하늘의 여신 누트.
두 사람은 너무나도 열렬히 사랑했기에, 그들의 아버지인 바람의 신 슈에 의해 하늘과 땅으로 갈라지고 말았습니다.
대지의 신 게브는 종종 거친 면모를 보여주는데, 그의 재채기는 지진으로 여겨졌습니다.
한편, 누트의 웃음은 천둥소리로, 그녀의 눈물은 비가 됩니다.
하늘의 여신이 된 누트는 매일 저녁 어둠 속으로 태양을 삼키고, 아침이 되면 다시 태양을 낳는 역할을 합니다.
이 때문에 그녀는 "태양의 어머니"로 불리며, 그녀의 몸에 흩뿌려진 별들은 그녀의 자녀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는 황도 12궁 레리프가 있는 덴데라의 하토르 신전에서도 볼 수 있는 누트의 모습입니다.
그녀는 입으로 태양을 삼키고, 자궁에서 빛과 함께 태양을 낳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사실, 누트는 게브와 갈라지기 전 이미 임신 중이었지만, 그녀의 할아버지인 아툼 신의 분노를 사 1년(360일) 동안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저주를 받았습니다.
이때 달력의 신 토트가 개입하여 달과 협상한 끝에, 360일에 추가로 5일간의 윤일(閏日)을 만들었고, 그 기간 동안 그녀는 아이들을 출산할 수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바로 오시리스, 이시스, 세트, 네프티스, 그리고 한 설에 따르면 대호루스(혹은 이시스의 아들)입니다.
이로 인해 1년은 360일이 아니라 365일이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은 별을 읽고 태양을 관찰하며 달력을 만들어 농업에 활용할 정도로 뛰어난 지혜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지식과 기술을 신화라는 형태로 대중화해 후대에 전했습니다.
누트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상징성은 저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저는 결국 고대 이집트의 매력에 다시 한 번 빠져들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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